달리기를 하면서 하는 생각
아까 차에서 나온 거미는 어디서 들어온 걸까. 분명 문을 닫아놨었는데.
GD의 소년이여. 나도 이거 들으며 야망을 키웠는데. '오르막길이 있다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지금 나는 내리막길일까 오르막길일까? … 평지네.
아, 어제보다 기록이 좋은걸? 하프 마라톤 나가볼까? …
겨울이니까 겨울 러닝바지 하나 사야 하는데, 뭐 사지? 근데 막상 사서 안 하면 어쩌지. 되팔기도 귀찮은데.
아 맞다. 스팀 다리미 팔아야 하는데 내일 사진 찍어서 당근에 올려야지. 제발 올리자...
난 과연 뭐가 될까? 소설 쓰는 거 재밌는 거 같은데, 소설가? 와, 근데 한강 작가님이 노벨 문학상 탔을 때 얼마나 벅찼을까.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셨던 것 같은데. 내가 만약에 상 타면 우리 부모님은 인터뷰 제대로 하실 수 있을까?
하. 왜 우리 부모님은 어른스럽지 못할까. 뭐가 그리 급하다고, 또 뭐가 그리 큰일이라고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리고, 소리를 치는 걸까. 그때 점원한테 화풀이하는 건 진짜 아니었어. 얼른 이 곳을 벗어나야지.
근데 또 진짜 나쁜 분들은 아닌데. 어찌 보면 순수한 아이 같은 사람들인데.
그래서 그런 생각도 드네. 난 엄마, 아빠를 가진 게 아니라 나와 몇 살 차이 안 나는 언니 오빠랑 같이 큰 느낌이라는. 근데 돈을 좀 버는.
그래. 너그러워지자고 했잖아. 사람이 다 그렇지.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있으니까. 나도 그렇고.
나부터 잘하자. 그래.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네.
아, 아까 태양과 민효린의 러브 스토리를 봤는데. 부럽더라. 나도 연애하고 싶다. 아니야. 난 내가 다 꾸려서 살 거야. 강한 여자가 돼야지. 혼자서도 씩씩하게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야.
그럼 주말 알바도 할까. 그냥 연애할 시간을 안 주는 거지. 돈을 좀 바짝 모으자!
아 근데 지금 이렇게 널널하게 쉬고 있는데 갑자기 바쁘게 일하면 무너지는 거 아니야?
나,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는 것도 서툴고 잘 안 맞잖아. 비위 맞추는 거 잘 못하잖아. 말귀도 제대로 못 알아먹잖아. 근데 앞뒤가 설명도 없이 하라고만 하니까, 어떻게 아냐고… 내가 신도 아니고! 아니야. 가르쳐주셨을 텐데, 내가 이해를 못 한 거겠지. 내가 바보 같아서, 또 잘 못 알아들은 거겠지.
아, 그만 생각하자. 왜 아직 5키로밖에 안 뛰었지? 10키로는 뛴 거 같은데... 아, 숨차.
보통 달리면서 생각을 비운다고 하던데, 나는 왜 달리면 생각이 더 많아질까? 없던 생각도 새로 떠오르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