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책1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린다. 마치 피아노 건반을 치듯이. 나는 여기서 무언가를 연주하고 있는 걸까? 카페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들의 목소리가 공기 중에 떠다니며 서로 얽히고 부딪힌다. 각자 다른 주파수로 튕겨 나가는 말소리들. 다행히 내 앞엔 아무도 없다. 이 공간 한편에서 혼자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소리에 묶여 있다.
이곳은 일본의 어딘가일 것이다. 아마도. 목재 의자, 목재 선반, 오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흐릿한 노란 조명 아래에서 아이보리색 벽이 보인다. 천장의 창문으로 바깥 빛이 스며들고, 그 빛은 통유리창을 타고 들어와 카페 구석구석을 채운다. 초록색 식물들이 늘어서 있다. 나비란, 몬스테라, 키가 큰 야자수, 그리고 다섯 손가락처럼 잎이 퍼진 이름 모를 나무.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있다. 가만히, 마치 이곳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여기에 왜 있는 걸까.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 도시에서 온 사람들. 그들 속에 있는 나. 내가 도시 사람인가? 그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찾아온 낯선 장소. 그런데, 어쩌면 이곳에서도 나의 도시는 내 안에 여전히 남아있는 걸까? 낯선 공간 속에 앉아, 낯선 사람들 틈에 섞여 있으면 에너지가 금방 고갈된다.
고독해지지만, 고독하지 않은 기분. 한 공간 안에 있지만, 저 사람들과 나는 서로 스쳐 지나갈 뿐이다.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돌아가는 걸까? 왜 하필 오늘 여기에서, 이 시간에 모여든 걸까.
겨울인데, 이상하게도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침에 들었던 캐럴이 귀에 맴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겨울과 봄,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공기 속에서, 나는 또 키보드를 두드리며 어떤 글을 연주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