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ulrim

아는 척 하고 싶다.

내가 늘 그렇다. 누군가 익숙한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나도 모르게 깊이 끼어들고 싶어진다. 조금이라도 아는 척을 하면서, 이 사람의 경험에 내 경험을 살짝 포개고 싶어진다. 별건 아닌데, 그렇게 나도 알음알음 쌓아온 무언가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쩌면 이런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나도 너만큼 넓은 세상을 알고 있어. 나도 네가 가진 그런 시야를 가질 수 있어. 그래서 언젠가 너도 나를 대단하게 여겨주고, 좋아해줄지도 몰라. 괜히 이런 기대감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지.

오늘도 그랬다. 어떤 이야기에 무심코 끼어들었다. 그리고 대화 도중 그게 나에게 익숙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 순간 얼굴이 달아오른다. 말해놓고 후회한다. "몰라요."라고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데, 굳이 아는 척을 했다. 저 사람도 내가 얼마나 얕게 알고 있는지 다 눈치챘을 텐데. 또 괜히 말했다는 생각에,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난 왜 자꾸 이러는 걸까. 왜 나는 나 자신을 이토록 불편하게 만드는 걸까?

이런 나를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워할 수 있다면 좋겠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서도, 그 순간의 침묵에 평온함을 느낄 수 있기를.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