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반성일기
이틀 전 지민이에게 카톡이 왔다.
'퇴사하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먹고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면 그냥 (지금 하는 일을) 하는 게 맞겠지?'
1년 전, 내가 했던 고민과 똑같았다.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 좋은 답을 해주고 싶은데.. 과거 나에게 도움이 된 말은 뭐였을까?
'쉼이다! 나에겐 쉬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지. 그럼 쉬는게 좋을 수 있겠다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그렇게 지민이에게 장문의 답장을 보냈다.
'너 마음이 가는 대로 해보는 건 어때? 정말 퇴사가 너에게 필요한 선택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잖아. 잠시 멈춘다고 당장 큰일 나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그 시간을 활용해서 재정비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더 큰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거야. 무리하지 말고, 너 자신을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해!'
쉼이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 해버렸다. 정답은 없는데... 왜 그랬을까. 문자를 보내고 나서 후회했다.
그리고 오늘 지민이가 인스타 스토리에 게시물 하나를 올렸다. 또 다른 친구와의 대화였는데 그 친구의 답장이 나를 뜨끔하게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성공과 부를 목표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가득하잖아요. 그런 사회 속에서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건 어때요? 난 지민씨가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고, 또 멋지다고 생각해요.'
와. 머리가 띵 했다. 맞다. 그저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잘 해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최선을 선택하고, 그에 맞게 잘 해나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지민이는 지금 어떤 정답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믿고 나아갈 수 있다는 응원과 지지가 필요했던 거였다. 친구로서 그런 이야기를 못 해준 게 너무 미안했고, 후회가 됐다.
늦었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민아, 지금까지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하며, 노력해온 너는 정말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야. 당장 최선의 선택지가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어. 혹은, 네가 스스로 믿는 다른 선택을 한다 해도, 그 선택과 네가 걸어갈 길을 믿으면 그걸로 충분해. 넌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분명히 잘 해낼 거야. 어떤 선택을 하든 내가 항상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