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 좀 들어줄래?
어젯밤부터 머릿속이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찼다. 취업에 대한 고민, 관계에 대한 걱정, 그리고 내 행동에 대한 반성까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니 밤새 뒤척이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전에 더 자려고 했지만, 마음속에 고여 있는 생각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숨이 턱 막힐 듯한 답답함만 남았다.
무작정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리 글을 써도 마음은 전혀 가벼워지지 않았다. 더 이상 혼자 이 감정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얘기 좀 들어줄래?”
그동안 쌓였던 생각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친구는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넸다.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얼마나 애썼는지를 알아봐 주는 느낌이었다. 해결된 건 없었지만,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 걸 느꼈다.
' 아, 오늘은 휴식이 필요한 날인가 보다.'
그렇게 조금이나마 가라앉은 마음을 안고 동네 책방을 찾았다. 책방 사장님은 오늘도 여느 때처럼 책을 읽고 계셨다. 간단히 안부를 묻고 책 한 권을 골라 이야기 나누던 중, 우연히 독서모임에서 만났던 분이 책방에 들어섰다. 반가움 속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분들에게는 내 이야기를 조금 더 털어놓아도 되지 않을까?'
“혹시 제 이야기 한 번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그들은 내 이야기를 경청하며 자신들의 생각을 나눠주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 주는 대화 속에서, 체했던 무언가가 한순간에 시원하게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여 있던 답답함은 사라지고 새로운 생각들로 채워졌다.
'고인 생각은 결국 새로운 생각으로 흘려 보내야 하는 거구나.' 오늘 나는 그걸 배웠다.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내 얘기 좀 들어줄래?'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무 말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공감하며, 가볍게 웃으며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도록 곁에 있어 주고 싶다.
오늘 내가 느꼈던 따뜻함과 안도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전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채워가며 살아가는 삶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