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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나는 생각이 많지만, 정작 행동은 생각만큼 치밀하지 못하고, 종종 대강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머릿속에서는 많은 가능성을 떠올리고 다양한 계획을 세우지만, 막상 실행에 옮길 때는 대충 넘어가거나 끝까지 파고들지 못할 때가 있다. 특히 한 가지 주제에 깊이 몰두하기보다는 생각이 이리저리 흩어지면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표면적인 고민만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아침 운동을 다녀왔다. 요즘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 중인데, 잘하는 점을 부각해서 적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정말 내가 이 회사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내가 진심으로 해낼 자신이 있는지 확신이 들까?’

솔직히 말하자면, 확신이 없다. 경험이 부족한 내가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잘할 수 있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런 확신이 든다면, 오히려 그것이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실수를 많이 할 것 같고, 그러한 실수들에 스스로 실망하며 결국 '이 일은 나와 맞지 않구나' 하고 포기할 것만 같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들 말하는, ‘일의 목적이나 동기를 확립하라’ 같은 조언을 따르면 해결될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무리 목적을 명확히 하고 내재화하더라도, 막상 일이 힘들어질 때면 상황을 탓하거나 '내가 너무 과도한 목표를 잡은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결국 포기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괴로움을 극복할 방법을 찾고자 한다.

가장 먼저, 내가 왜 괴로워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문제 해결 능력의 부족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잘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이 생기면 겁을 먹고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마음이 나를 더 막는다. 잘 못할 것 같은 일을 접했을 때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드러날까 두렵고, 일이 어렵게 느껴져서 미루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미루다 보면 두려움이 점점 커지고, 결국 손도 대지 못해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시작하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귀찮음이 큰 성향의 나에게는 겁먹지 않고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미완벽함에 대한 두려움은 핑계를 만들고, 핑계는 행동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되어 결국 나를 제자리에 머물게 한다. 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시작해보면, 적어도 그 일이 무섭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너무 완벽하려고 하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대충이라도 해보자”는 다짐은, 결국 완벽함보다 먼저 행동에 나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