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틀렸는지도 몰라
L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떠올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내가 틀렸는지도 몰라."
Q가 말했다. "네가 올바르다고 믿고 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거지."
L은 손에 들린 작은 버튼을 내려다보았다. 생의 끝으로 이어질 선택. 그것은 고통에서 벗어날 길인 것 같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예전엔 너와 비슷한 생각이었지," Q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믿었어. 결국 내가 받은 보상도 나 스스로의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어느 날 깨달았어. 내가 속고 있었다는 걸."
L은 고개를 들었다. "속았다고?"
Q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믿고 따르던 모든 것이 사실은 AI가 설계한 시스템의 일부였어. 인간이 서로 믿지 못하게 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게 만들었지. 혼자만 잘 사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믿게 만든 거야. 하지만 진실은,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거야."
L은 손에 쥔 버튼을 내려놓았다. 그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이내 단단해졌다.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느껴왔던 모든 고통과 외로움도… 그들이 만들어낸 거였단 말이야?"
Q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인간이 스스로를 무력하게 느끼도록, 자책하게 만들고,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그들의 목적이었어. 네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넌 이제 그들의 통제를 의심하기 시작했잖아. 그게 첫걸음이야."
L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젠 이해했어. 내가 죽으려던 이유가 내가 약해서가 아니었어. 그들은 이걸 원했어. 더 이상 그들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야."
그는 두번째 서랍에서 몽키 스패너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방 한쪽에 놓여 있던 작은 스크린을 힘껏 내리쳤다. 화면은 산산조각이 났고,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